글을 쓰려고 사진을 다시 한 번씩 오래 들여다봤다.

옛날 사람들은 사진에 영혼이 들어간다고 믿어서 사 진 찍는 걸 무서워 했다는 말을 얼핏 들은 것 같은데 내 사진을 새삼 들여다보니 어 쩐지 그 말이 생각난 다. 뽀얗게 보정이 저절로 들어간 핸드폰 사진과 달리 이 사진 속의 내가 진짜 '나'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 었기 때문이다. 어느새 반백년을 살아온 나, 젊지도 늙지도 않 은 나. 오십이라는 나이는 그런 것 같다. 지 난 젊은 날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을 정 도로 살아온 세월 중 가장 안정적이지만 노년이라는 미 지의 세계가 두렵기도 한 나이. 오십은 지금껏 살아온 삶 만큼이나 죽음도 의미 있고 가깝게 느껴지는 나이다. 이런 나이에 영정사진을 찍어보자는 제안을 받아서 무조건 좋았다. 내가 하는 일, 내가 만들어내 공간, 나 의 가족 등 내 삶의 많은 것이 결정되어 있는 지금 내 모습을 찍는 것이 가장 나다운 사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 사진에 영혼이 어느 정도 들어간다면 지금 내 영혼이 영정 사진에 가장 알맞은 영혼일 것 같다.

김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