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 sisters ( 2022-2023 )
자매 sisters ( 2022-2023 )
언니가 있었다면 생각하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나보다 꼭 한 뼘 키가 큰 언니. 보풀이 일어난 스웨터와 아주 조금 상처가 난 에나멜 단화를 물려주는 언니.
엄마가 아플때면 코트를 걸치고 약국에 다녀오는 언니, 쉬, 조용조용히 걸어야지. 자신의 입술에 집게 손가락을 대며 나무라는 언니.
이건 아주 간단한 거야, 쉽게 생각해봐. 내 수학문제집 여백에 방정식을 적어가는 언니. 얼른 암산을 하려고 찌푸려진 이마.
한강 소설 <흰>, 언니 중에서
작업을 진행 하던 중 우연히 읽은 책의 한 대목이다. 어린 시절 부터 나 또한 언니가 있었으면 했다. 나이들 면서 그 바램은 더 커져만 갔다. 늙은 오빠가 둘이나 있지만 내게 없는 언니는 늘 갖고 싶고 알고 싶은 호기 심의 대상이었다. 언니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고, 언니와 관련된 친구들의 후일담은 부러움 그 자체였다. 20년만에 시작한 작업의 단초는 언니,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들을 말해줄 수 있는 중년의 자매가 그렇게 내 앞에 나의 카메라 앞에 서게 되었다. 빛 바랜 낡은 앨범 속에서 마냥 웃고 다정한 포즈를 취했을 그들을 시간이 지난 지금 나는 어떻게 보여줘야 할까? 나의 단순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호기심과 욕망에서 발현된 그들을 막상 찍으려니 생각보다 막막했다. 너무 오랜만에 작업을 해서일까? 불과 몇 시간 동안 만나는 자매들을 내 호기심이 불순해지지 않는 수준에서 열심히 연구했다. 태어나면서부터 경쟁 관계이자, 첫 타인이 되는 자매의 관계. 지극히 평범한 관계이자 유대감과 친밀함이 돈독한 관계.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고 효과적으로 공유하거나 전달하는 방법을 누구 보다 잘 할 수 있는 관계
다툼과 화해가 반복적이면서 결국 인생의 절친이 되거나 때론 깊은 상처가 쌓이는 관계.
언니와 동생이라는 질서는 있지만 정서적 수평적 관계.
시간이 지나면서 속내나 외모도 닮아가는 후천적 쌍둥이 같은 관계.
이 단순하며 복잡한 현실관계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언니나 동생의 공간에 들어가 촬영을 하더라도 이젠 각자의 공간과 가정, 혹은 생활이 분리된 그들이기에 단순히 다정하고 친밀하게만 이들을 보여줄 순 없었다. 요즘말로 현실 자매라고나 할까? 시선의 교차나 자매 간의 적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혹은 언니 동생의 관계처럼 크고 작게, 수평적 관계를 위해 나란히...등등. 무심하고 무표정한 얼굴에서 그들의 관계가 읽히길 바랬다. 어릴적 맹목적으로 의지했던 자매의 관계에서 이젠 나이가 들어 이미 정신적, 육체적으로 홀로서기를 한 중년의 자매는 같이 있어도 충분히 단절이 아닌, 자연스럽게 분리되어 보였다.
몇 시간 동안에 걸친 연구자의 시선으로,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그들을 담았기에 내가 본게 맞은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다. 결국 내 입 맛대로 풀어낸 작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사진을 고르고 고르며 한 번 더 내 얕은 시선이 반영 되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나는 카메라 너머 그들의 내면 까진 알 수 없었다. 담장 너머로 엿보는 수준에서 언니를 봤고 동생을 봤는지도 모르겠다. 그들만의 울타리엔 들어갈 수 없었으니까.
4개월간 만난 중년의 자매들은 기꺼이 잠시나마 나의 언니가 되어 주었고, 그렇게 사진속에 기록되었다.
언니가 있었다면 생각하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나보다 꼭 한 뼘 키가 큰 언니. 보풀이 일어난 스웨터와 아주 조금 상처가 난 에나멜 단화를 물려주는 언니.
엄마가 아플때면 코트를 걸치고 약국에 다녀오는 언니, 쉬, 조용조용히 걸어야지. 자신의 입술에 집게 손가락을 대며 나무라는 언니.
이건 아주 간단한 거야, 쉽게 생각해봐. 내 수학문제집 여백에 방정식을 적어가는 언니. 얼른 암산을 하려고 찌푸려진 이마.
한강 소설 <흰>, 언니 중에서
작업을 진행 하던 중 우연히 읽은 책의 한 대목이다. 어린 시절 부터 나 또한 언니가 있었으면 했다. 나이들 면서 그 바램은 더 커져만 갔다. 늙은 오빠가 둘이나 있지만 내게 없는 언니는 늘 갖고 싶고 알고 싶은 호기 심의 대상이었다. 언니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고, 언니와 관련된 친구들의 후일담은 부러움 그 자체였다. 20년만에 시작한 작업의 단초는 언니,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들을 말해줄 수 있는 중년의 자매가 그렇게 내 앞에 나의 카메라 앞에 서게 되었다. 빛 바랜 낡은 앨범 속에서 마냥 웃고 다정한 포즈를 취했을 그들을 시간이 지난 지금 나는 어떻게 보여줘야 할까? 나의 단순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호기심과 욕망에서 발현된 그들을 막상 찍으려니 생각보다 막막했다. 너무 오랜만에 작업을 해서일까? 불과 몇 시간 동안 만나는 자매들을 내 호기심이 불순해지지 않는 수준에서 열심히 연구했다. 태어나면서부터 경쟁 관계이자, 첫 타인이 되는 자매의 관계. 지극히 평범한 관계이자 유대감과 친밀함이 돈독한 관계.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고 효과적으로 공유하거나 전달하는 방법을 누구 보다 잘 할 수 있는 관계
다툼과 화해가 반복적이면서 결국 인생의 절친이 되거나 때론 깊은 상처가 쌓이는 관계.
언니와 동생이라는 질서는 있지만 정서적 수평적 관계.
시간이 지나면서 속내나 외모도 닮아가는 후천적 쌍둥이 같은 관계.
이 단순하며 복잡한 현실관계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언니나 동생의 공간에 들어가 촬영을 하더라도 이젠 각자의 공간과 가정, 혹은 생활이 분리된 그들이기에 단순히 다정하고 친밀하게만 이들을 보여줄 순 없었다. 요즘말로 현실 자매라고나 할까? 시선의 교차나 자매 간의 적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혹은 언니 동생의 관계처럼 크고 작게, 수평적 관계를 위해 나란히...등등. 무심하고 무표정한 얼굴에서 그들의 관계가 읽히길 바랬다. 어릴적 맹목적으로 의지했던 자매의 관계에서 이젠 나이가 들어 이미 정신적, 육체적으로 홀로서기를 한 중년의 자매는 같이 있어도 충분히 단절이 아닌, 자연스럽게 분리되어 보였다.
몇 시간 동안에 걸친 연구자의 시선으로,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그들을 담았기에 내가 본게 맞은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다. 결국 내 입 맛대로 풀어낸 작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사진을 고르고 고르며 한 번 더 내 얕은 시선이 반영 되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나는 카메라 너머 그들의 내면 까진 알 수 없었다. 담장 너머로 엿보는 수준에서 언니를 봤고 동생을 봤는지도 모르겠다. 그들만의 울타리엔 들어갈 수 없었으니까.
4개월간 만난 중년의 자매들은 기꺼이 잠시나마 나의 언니가 되어 주었고, 그렇게 사진속에 기록되었다.









































